대한페이 설계에 즈음하여...
— AI 시대의 균열, 그리고 수수료 혁명
1.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두려움에서 시작했다.
2022년 11월, ChatGPT가 공개된 그 날 밤을 나는 기억한다. 불과 며칠 만에 수백만 명이 몰렸고, 그것이 단순한 챗봇이 아님을 직감한 사람들이 조용히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변호사 사무소에서는 계약서 초안이 AI로 작성됐고, 회계법인에서는 세금 신고가 자동화됐으며, 콜센터에서는 상담원 수십 명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 개발자들은 코드가 자동으로 생성되는 것을 보며 자신의 직업적 미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를 진짜로 충격에 빠뜨린 것은 그 다음이었다. ChatGPT는 시작에 불과했다.
GPT-4, 클로드, 제미나이가 연이어 등장하며 AI는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 창의적 판단과 고차원 분석의 영역까지 침범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은 2023년 보고서에서 국내 일자리 341만 개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의사의 AI 대체 가능성이 99%, 회계사가 81%, 변호사가 79%였다. 고학력·고소득 직업일수록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역설이 펼쳐졌다.
그리고 나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현대자동차 공장 라인에 투입되는 영상을 봤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상과학 영화의 소재였던 것이 현실이 됐다. 테슬라 옵티머스, 피규어AI, 1X 테크놀로지스의 로봇들이 창고를 누비고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AI가 정신 노동을 대체한다면, 휴머노이드는 육체 노동마저 대체한다. 이제 남는 일자리가 없다.
자율주행도 마찬가지였다. 웨이모의 무인 택시가 샌프란시스코 거리를 달리고,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이 고도화되면서 운수업에 종사하는 수백만 명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한국에서만 택시기사, 화물차 기사, 버스 기사를 합치면 200만 명이 넘는다. 그들이 10년 안에 어디로 가야 할지, 아무도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 일자리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 부의 집중, 그리고 소비의 붕괴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 자체가 문제의 전부가 아니었다. 나는 더 큰 구조적 문제를 직시해야 했다.
AI와 자동화로 발생하는 생산성 향상의 과실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답은 명확했다. 기업의 주주들, 그리고 AI 기술을 소유한 극소수에게 집중된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엔비디아, OpenAI의 주식 가치는 수직 상승하는 동안, 그 기술 때문에 직업을 잃은 사람들은 아무 보상도 받지 못했다. 자동화 이전에 그 기업들의 이익을 만들어냈던 것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노동이었는데도.
부의 집중은 곧바로 소비의 위기로 이어진다. 소비를 지탱하는 것은 중산층과 노동자 계층의 임금이다. 그들이 직업을 잃거나 임금이 줄면, 소비가 줄고, 경기가 침체되고, 기업의 매출도 결국 감소한다. AI가 생산성을 높이더라도 소비 주체가 사라지면 경제는 돌아가지 않는다. 이미 2026년 초,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취업자가 1년 만에 9만 8천 명 급감하며 2013년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는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는 이것이 이론이 아니라 현실임을 보여줬다.
인플레이션도 문제였다. AI에 의해 소수의 손에 집중된 자본은 금융 자산과 부동산으로 몰리고, 반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기본적인 생활조차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양극화는 단순히 불평등의 문제를 넘어, 사회 시스템 자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 구조를 보면서 한 가지 질문에 사로잡혔다.
"이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 흐름 속에서 새로운 재원을 만들 수는 없을까?"
3. 기본소득 논의의 부상 — 그러나 '재원'이 없다
AI로 인한 일자리 소멸 문제가 가시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기본소득 논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핀란드는 2017년부터 2년간 2,000명에게 월 560유로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실험을 진행했고, 수령자들의 정신 건강과 취업 의욕이 오히려 개선됐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캐나다, 미국 스톡턴, 케냐 등에서도 유사한 실험들이 이어졌다.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샘 올트먼 등 실리콘밸리의 AI 선도자들 스스로가 "AI로 인해 기본소득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한국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본격화됐다. IMF는 2025년 보고서에서 한국 전체 일자리의 절반이 AI 영향에 노출됐다며, 보편적 기본소득 도입을 사회 안전망의 필수 과제로 제시했다.
그런데 논의 과정에서 언제나 벽에 부딪혔다. "재원이 없다."
기본소득을 지급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전 국민에게 월 50만 원씩 지급하려면 연간 300조 원 이상이 필요하다. 세금을 더 걷자니 저항이 크고, 국채를 발행하자니 재정 건전성이 무너진다. 이미 복지 지출로 팽창한 국가 재정에 또 다른 대규모 지출을 얹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쉽지 않았다.
모든 논의가 이 지점에서 막혔다. 그때 나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4. 발상의 전환 — "세금도 아니고, 예산도 아니다"
이미 흘러가고 있는 돈의 방향을 바꾸면 어떨까?
이 생각이 대한페이의 출발점이었다.
나는 대한민국의 카드 결제 시스템에 주목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카드 결제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2023년 기준 연간 카드 결제 규모는 1,360조 원을 넘었다. 이 거대한 돈의 흐름에서 매년 약 30조 원이 카드 수수료로 소멸한다. 소비자가 낸 돈이 판매점의 이익이 되지 못하고, 그렇다고 소비자에게 돌아오지도 않으며, 그저 금융 중간 단계에서 증발한다.
30조 원. 매일 822억 원. 매 시간 34억 원. 매 분 5,700만 원.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돈은 새로 만들어지는 돈이 아니다. 이미 결제 시스템 안에서 흘러가고 있는 돈이다. 세금을 더 걷는 것도 아니고, 국채를 발행하는 것도 아니다. 방향만 바꾸면 된다.
대한페이의 핵심 아이디어는 단순했다. 카드 수수료 구조를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하여, 그 가치를 전 국민의 기본소득으로 재분배한다.
5. 대한페이가 설계한 세계
수수료 제로의 마법
대한페이는 하이브리드 결제 프로토콜이다. 소비자가 결제할 때 기존 카드 수수료에 해당하는 부분을 소멸시키는 대신, 세 가지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한다.
- 대한페이(DHP): 원화 1:1 페깅 스테이블코인으로, 판매점이 즉시 정산받는 가치의 본체다. 블록체인 위에서 거래되며 법정화폐 수준의 안정성을 가진다.
- 민국코인(MGC): 상생기금 보존 마이닝에 일정부분 사용되며, 결제가 발생할 때마다 자동으로 시장에서 매수·소각도 되며, 희소성이 강화되어 가치가 상승하는 구조를 갖는다. 이 가치는 전 국민 공공복지 재원으로 사용된다.
- 지역토큰(228종): 전국 228개 기초지방자치단체마다 발행되는 토큰이다. 해당 지역에서 결제가 발생할 때마다 적립되며, 지역 주민의 기본소득으로 환원된다. 소비자가 결제하는 행위 자체가 지역 경제 살리기에 직접 기여하는 구조다.
판매점은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 기존에 수수료로 나가던 돈이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되어 생태계에 남는다. 소비자도 단순히 결제하는 것이 아니라 결제할 때마다 자신의 기본소득 재원을 쌓아간다. 결제가 곧 투자이고, 결제가 곧 사회 기여다.
누구나 결제는 한다 — 보편성의 힘
대한페이 설계의 가장 강력한 지점은 보편성이다.
기본소득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다른 방식들, 예컨대 로봇세나 AI 이익세, 탄소세 등은 모두 특정 주체가 세금을 내는 방식이다. 반면 대한페이는 세금이 아니다. 소비자가 이미 하고 있는 결제 행위에서 기존에는 소멸되던 가치를 포착하여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취업자도 결제하고, 실업자도 결제한다. 정규직도 결제하고, 프리랜서도 결제한다. 노인도 결제하고, 청년도 결제한다. 부자도 결제하고, 평범한 시민도 결제한다. 결제는 모든 사람이 하는 행위다. 이 보편성이 기본소득 재원의 지속성과 공정성을 동시에 보장한다.
AI가 일자리를 빼앗더라도, AI 기업이 이익을 낸 덕분에 소비가 늘어나고 결제가 늘어난다면 — 그 결제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자산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도 흘러가는 구조다. 자동화로 인한 생산성 향상의 과실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문제를, 결제 생태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재분배하는 메커니즘이다.
판매점 — 진짜 이익이 돌아온다
중소 판매점의 현실은 가혹하다. 카드 수수료 1~2%가 박한 마진을 가진 소상공인에게는 치명적인 부담이다. 편의점, 식당, 동네 마트는 카드 결제 시마다 이익의 상당 부분을 수수료로 떼인다.
대한페이를 도입한 판매점은 실질적으로 수수료 0원이다. 결제 금액의 전부가 대한페이(DHP) 스테이블코인으로 즉시 정산된다. 블록체인 기반이기 때문에 정산 속도는 기존 카드사의 며칠 후 정산과 달리 실시간이다. 수수료로 나가던 돈이 고스란히 판매점의 이익으로 남는다.
더 나아가, 대한페이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는 리워드가 지급된다. 이 리워드가 소비자를 대한페이 가맹점으로 유인한다. 판매점 입장에서는 고객이 더 많이 오고, 수수료는 제로이며, 가맹점 유지 비용도 없다. 기존 카드사 POS 기기 대신 대한페이 단말기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
소비자 리워드 — 결제가 자산이 된다
소비자는 대한페이로 결제할 때마다 판매점의 리워드 설정에 따라 세 가지 방식으로 보상받는다.
결제 금액의 일부가 민국코인과 지역토큰으로 즉시 입금된다. 이 토큰들은 소비자의 지갑으로 즉시 환원된다. 소비자는 소비를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미래 기본소득을 적립하는 셈이다. "저축 없이 쓰기만 했는데 뭔가 쌓였다"는 경험이, 소비자가 대한페이를 찾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기가 된다.
추천인 리워드 — 자발적 확산의 설계
대한페이의 확산 전략은 기존 결제 서비스들이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붓는 방식과 다르다. 우리는 네트워크 자체가 마케터가 되는 구조를 설계했다.
소비자가 판매점을 추천하거나 다른 소비자를 추천하면, 그 결제에서 발생하는 리워드의 일부가 추천인에게 지속적으로 귀속된다. 한 번 추천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연결한 네트워크가 결제를 계속하는 한 리워드가 흘러온다. 이것은 기존 MLM과 다르다. 특별한 영업이나 투자 없이, 평소에 이미 하던 결제 행위를 추천했을 뿐이고, 추천받은 사람도 동일한 혜택을 받는다. 착취 없는 상생 네트워크다.
이 구조는 대한페이가 별도의 광고 예산 없이도 전국으로 자연스럽게 퍼져나가게 한다. 가맹점이 늘수록, 소비자가 늘수록, 추천 네트워크가 넓어질수록, 기본소득 재원도 함께 커진다.
기본소득 지급
대한페이 생태계에서 발생하는 지역토큰의 재원은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와 직접 연계된다. AI 데이터센터와 태양광 발전소 등 실물 자산에 투자되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그 수익이 다시 기본소득 재원으로 순환된다.
지역토큰 228종이 각 지역의 소비 데이터와 결제 흐름을 투명하게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해당 지역 주민에게 직접 기본소득으로 분배된다. 서울 중구에서 결제한 돈은 중구 주민의 기본소득으로, 전라남도 해남에서 결제한 돈은 해남 주민의 기본소득으로 돌아간다. 나아가 추첨 리워드 풀의 온누리상품권 지급으로 소상공인 및 골목상권을 활성화 시키며, 고향사랑기부제로 지자체 재원 확보와 연계되는 답례품으로 고향사랑상품권을 지급함으로써 지역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경제를 직접 살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결제 한 번이 지역 주민의 기본소득이 되고, 그 기본소득이 다시 지역 경제를 살리는 소비로 이어지는 — 지역 경제가 돌수록 지역 주민이 더 풍요로워지는 자급자족적 순환 구조다.
6. 당위성 — 왜 지금, 왜 대한페이인가
나는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핀테크 서비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AI 시대의 경제 구조를 재설계하는 실험이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속도는 우리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속도보다 훨씬 빠를 것이다. WEF는 2027년까지 8,3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25년에 전체 직업 종사자의 61.3%가 AI로 대체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범 교수는 10년 안에 현재 직업의 99%가 소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충격을 흡수할 사회 안전망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의 방식, 즉 세금을 더 걷고 복지 예산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정치적 저항은 크고, 실행 속도는 느리며, 재정 여건은 빠듯하다.
대한페이는 다르다.
세금이 아니다. 이미 흐르는 돈에서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국가 예산이 필요 없다. 소비자가 결제하는 행위 그 자체가 재원을 만든다. 정치적 의사결정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판매점과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면 시스템이 작동한다.
판매점에는 수수료 절감이라는 즉각적인 이익이 있다. 소비자에게는 리워드라는 직접적인 혜택이 있다. 추천인에게는 네트워크 수익이 있다. 지역사회에는 지역 경제 순환이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일자리를 잃어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 매달 통장으로 들어오는 기본소득이라는 안전망이 있다.
"세금도 아니고 예산도 아니다. 이미 흘러가는 돈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당신의 결제는 사회를 향한 위대한 투자가 됩니다."
대한페이를 구상하며 내가 가장 자주 했던 생각은 이것이다.
우리는 AI가 만드는 풍요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다만, 그 풍요가 모두에게 흘러갈 수 있도록 방향을 바꿔야 한다.
그 방향이 바로 대한페이다.